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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국가별 2차전지 원재료 생산 및 제련 비중.SK증권 제공문제는 흑연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세계 흑연 생산량(채굴량) 가운데 중국 비중은 82%다. 특히 흑연 광석의 순도를 높이는 제련 작업도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진다. 중국이 차지한 흑연 가공 비중은 지난해 기준 70.4%다. 리튬·니켈·코발트의 경우 중국에서 제련되는 비율이 높을 뿐, 중국 내 광산에서 채굴되는 비중은 리튬 14.1%, 니켈 4.1%, 코발트 2.9%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흑연만큼은 생산과 가공 모두 중국이 틀어쥐고 있는 모습이다.미 IRA 발효 이후 전기차·배터리 업계가 흑연 수급에 ‘비상’이 걸린 이유도 그래서다.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앞으로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사실상 중국산 광물을 제외해야 한다. 아직 미 정부가 국가 기준을 광물 원산지로 볼 것인지, 가공(제련) 법인의 국적으로 볼 것인지를 명확히 고시하지 않았지만 어느 쪽이던 흑연은 배제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국내 배터리업체 관계자는 “칠레나 호주 등에서도 생산되는 리튬과 달리, 흑연은 중국 생산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며 “미 정부가 어떤 기준을 택하든 흑연 문제가 골치아픈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북미·유럽에도 널리 매장된 흑연을 선진국들이 직접 생산하지 않는 이유는 채산성이 맞지 않아서다. 톤당 6만달러가 넘는 리튬 같은 희소광물과 달리 흑연은 몸값이 한창 치솟은 지금도 톤당 1000달러를 넘지 못한다. 고순도 흑연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유해물질인 불산이 다량 사용되는 등 오염 문제도 큰 이유다.그러나 전기차 시장 확대로 흑연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면서, 해외 업체들은 서둘러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는 분위기다. 테슬라는 지난해 호주 광산 운영업체인 시라 리소시스로부터 흑연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앨라배마, 캐나다 퀘벡 등 북미에서도 흑연 광산을 신설·증설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캐나다 흑연광산 개발업체 노던그라파이트의 그레고리 보우스 회장은 공급망 전문매체 서플라이체인다이브와의 인터뷰에서 “흑연은 (몸값이 비싼) 다른 배터리 광물들의 ‘가난한 사촌’ 취급을 받으며 관심을 끌지 못해 왔다”며 “하지만 지금은 수요가 공급을 추월하는 변곡점에 매우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업체들은 음극재에 실리콘이나 인조흑연 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음극재로 주목받는 실리콘은 흑연보다 에너지밀도를 4배 정도 높일 수 있으며, 인조흑연은 제철 과정에서 쓰이는 코크스의 부산물로 만들기 때문에 국내에서 조달이 가능하다.포스코케미칼은 최근 인조흑연 국산화에 성공했다. 지난 1월 연간 8000톤 규모를 생산할 수 있는 인조흑연 설비를 갖춘 데 이어, 앞으로 생산량을 1만6000톤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탄자니아 흑연 광산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인조흑연은 천연흑연 대비 배터리 수명이 늘어나고 충전속도도 빠른 게 장점이다. 포스코케미칼 관계자는 “원료 소싱처를 다변화해서 IRA와 관련한 이슈에 대응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